작업노트
풍경은 단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내면 깊숙이 일렁이는 감정과 기억의 결이 투사되는 존재의 표면이자 감정의 표현이다.
나는 자연이라는 외부 세계를 매개로 내면을 응시하고, 그 순간순간의 찰나적 반응을 질료와 제스처를 통해 화면에 기록한 유화 연작이다. 나는 물감을 뿌리고, 흘리고, 점찍는 직관적인 행위로 마음의 일렁임과 찰나의 빛을 화면에 담는다. 눈부신 감정의 순간, 그 흔들림의 결을 통해 풍경은 기억의 거울이자 존재의 리듬으로 다시 태어난다.
작업은 전통적인 재현을 넘어서 물성에 기대고, 우연을 반복하며, 감정의 파동에 따라 뿌리고, 흘리고, 점을 찍는 직관적이고 신체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붓을 내려놓고 물감을 뿌릴 때, 의식 아래 잠재된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물감이 흘러내릴 때, 시간은 중력의 흐름으로 가시화되며, 점 하나를 찍는 행위는 내면의 리듬이 화면 위에 새겨지는 감각의 마디가 된다. 이러한 반복은 감정의 침전과도 같고, 풍경 속 찰나의 빛이 화면 위에 머무는 방식이다. 그 찰나들은 겹겹이 쌓이고, 스며들며, 때로는 사라지며 마침내 존재의 결을 드러낸다.
〈눈부신 결의 떨림〉
‘눈부신 결의 떨림’은 눈부신 감정의 순간,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빛의 떨림, 그리고 그것이 스쳐 간 풍경의 결에 대한 사유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풍경은 마음의 거울처럼 그날의 감정, 숨결, 말로 닿을 수 없는 감각을 비춘다. 나는 그 순간을 붙잡기 위해 바람이 지나간 자국, 물 위에 맺힌 빛, 흔들리는 빛 번짐 같은 찰나의 표정을 세밀히 관찰하고, 여러 겹 쌓아 올리고, 흘리고. 뿌리고, 때로는 지워내며 존재의 흔들림 그 자체를 그리고자 했다.
나의 회화는 단순히 ‘자연 묘사’가 아니라, 그 안에 기억, 속도, 감정의 방향성을 스며든다. 단순히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흔적을 자연 속에 녹여내어 그림은 전부 다르지만, 한결같이 내면의 리듬과 자연의 숨결이 닿아 있다.
이 전시가 보는 이의 마음에도 작은 떨림과 잔잔한 파동을 남긴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유화로 붙잡고자 했던 ‘빛의 흔적’, 곧 〈눈부신 결의 떨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