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노트
시간이 흐르며 자연에 쌓이는 흔적에서 영감을 받아, 겹겹이 쌓인 기운과 결의 에너지를 담아 작업하는 문지혜입니다.
그림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빛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연의 빛이든 인공의 빛이든, 빛은 모든 것을 감싸기도 하고 한 부분만 비추기도 합니다.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결국 사라지지만, 그 순간은 오래 마음속에 남습니다. 물가에 비친 윤슬이나 숲속의 햇살을 바라보면 따뜻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제 작업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느낀 감정과 기억을 표현하는 과정입니다. 물감을 뿌리고 흘리거나 점을 찍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우연히 만들어지는 흔적을 받아들이며 작업합니다.
물감이 흘러내리는 모습은 시간의 흐름을 닮아 있고, 하나하나 찍는 점은 제 감정의 리듬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흔적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작품 속에는 자연의 결, 시간의 흔적, 그리고 제 마음의 움직임이 함께 스며듭니다.
저는 눈부신 빛의 순간과 바람이 지나간 자리, 물 위에 비친 빛과 나뭇잎의 흔들림처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여러 겹을 쌓고, 흘리고, 지워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삶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흔적과 존재의 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